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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어일기

디스크 주사 부작용(뇌척수액 누출)으로 개고생한 썰

땅어 2022. 12. 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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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일 저녁에 퇴근을 조금 일찍 하고 병원을 찾았다. 한달 정도 전부터 허리 디스크가 터졌었는데 2주 정도 후에 미국 학회 출장을 앞두고 증상이 심해졌다. 친구에게 소개를 받아 규모가 꽤 큰 정형외과에 방문했다. 집에서는 차로 25분 정도 거리였다. 해당 병원에서 사진을 찍고 검사 결과를 듣는데 디스크가 조금 심해져서 주사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하...슈발 개아픈데)

C-arm 신경차단술이라는 주사인데, 서울에서 교통사고가 났을 때도 맞았던 주사였다. 개아프긴한데 신경으로 직접 약물을 주사하는거라 통증은 금방 사라졌다. 그래서 주사를 맞겠다고 했다.(그랬으면 안됐다...)

주사를 맞는데 진짜 리얼 개아팠다...욕이 절로 나올 정도. 나의 경우 원래 4, 5번 요추 사이에 디스크가 있었는데 사진을 보니 5, 6번 사이도 디스크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의사가 5방 주사를 맞자고 했다. 들어가서 엎드려있고 주사를 찌르는데 진짜 리얼 ㅅㅂ ㅅㅂ ㅅㅂ이 절로 나왔다. 꾹 참고 주사를 다 맞았는데 갑자기 맞은 김에 1방을 더 맞자고 하더라....살려달라고 빌었는데 그냥 놨다....일어나보니 베드에 식은땀이 흥건했다.

퇴근시간이라서 차가 밀릴 것 같아서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출발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온몸에 열이 나면서 오한이 들었다. 얼굴에 피가 쏠려 터질 것 같고 두통이 엄청 심해졌다. 왠지 더 기다렸다가 이대로 집에 못갈 것 같아서 저녁은 생략하고 차를 몰고 집으로 왔다. 이 때부터 지옥이 시작되었다.

오자마자 바로 잠들었는데 일어나서 밥을 먹으려 했더니 두통이 진짜 세상 그런 두통이 없었다. 진짜 단 5초도 못 버틸 정도로 두통이 엄청 세게 왔다. 너무 어지러워서 바로 침대에 누웠더니 두통이 사라졌다. 잠시 있다가 그냥 일시적인 것이겠거니 하고 다시 일어났는데 이런 ㅆㅂ 다시 두통이 찾아왔다. "어랏? 일어나기만 하면 생기는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날 저녁도 못먹고 씻지도 못하고 잠들었다. 일어나기만 하면 두통이 너무 심해서... 다음날 출근을 하려고 하는데 일어나니 다시 두통이 찾아왔다. 교수님께 말씀을 드려 우선 3일 정도를 쉬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뭔가 이상해서 병원에 전화를 해보았다. 병원에선 약물 부작용일 수 있으니 1주일 정도 누워서 지내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고 했다. 

병원에서 말한대로 누워서 지냈더니 정말 두통이 말끔히... 응~아니야~. 레알 이놈의 두통이 도저히 없어지질 않았다. 3일정도 지나고도 두통이 계속 있어서 결국 교수님께 말씀드려 1주 정도 쉬고 출근을 미루기로 했다. 수업도 다 빠졌다....갑자기 뭔가 쎄해서 인터넷에 디스크 주사 두통으로 검색해보니 나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관련된 카페도 있었다....

이런저런 결과들을 마구 찾다보니 주사바늘로 경막을 잘못 찢어서 생기는 뇌척수액 누출 증상이라고 한다. 앉거나 서면 두통이 오지만 누우면 갑자기 사라지는 체위성 두통....나랑 증상이 완전 똑같았다. 하..슈발..블러드 패치 시술을 받거나 절.대.적.인. 침상안정을 취해 자연치유를 해야된다고 했다. 다시 앉거나 서면 막히던 구멍이 터질 수 있어서 무조건 누워서만 지내야 된다고 했다. 블러드 패치라는 시술은 자신의 혈액을 천공이 생긴 부위에 주입해 혈액이 응고되는 원리로 구멍을 막는 것이다.

아! 이 두통이 어떤 느낌이냐면, 잠시 앉아있으면 갑자기 머리에서 뇌척수액이 쓰으윽~하고 빠져나가는게 느껴진다. 그러면서 두피가 엄청 쪼이는 느낌이 들고 뒷목이 뻐근해지다가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정도의 두통이 찾아온다. 이게 의학적으로는 뇌척수액이 빠지면서 뇌압조절이 잘 되지 않아 생기는 저압성 두통이라고 한다. 뇌는 원래 뇌척수액에 둘러싸여 둥둥 떠있어야 하는데 이게 빠져버리니까 뇌가 가라앉아 생기는 것이란다. 그래서 앉거나 서면 머리가 천공 위치보다 높아져서 압력차로 뇌척수액이 새는것이라 누워있으면 통증이 사라지는 거라고 한다.

이쯤되자 뭔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느꼈다....괜찮아졌나 싶어서 일어나보면 어김없이 두통이 찾아오고....매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 땅을 밟는게 무서워졌다. 오늘은 괜찮을려나 싶으면서...진짜 조온나 안나았다 이거...1주 정도 되었을 때 시술을 받은 병원에 다시 전화했는데 끝까지  자기네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다....억울해서 이 때 매일 울면서 잤던 것 같다.

1주 정도 누워서 지냈는데도 아직 완치가 안되었다. 결국 불안한 마음에 종합병원에 방문해 검사를 받아보았다. 그런데 해당 병원에서도 이걸 잘 알지 못하는 듯했다. 이런저런 검사들만 하고 증상은 뇌척수액 누출이 맞는 것 같다고만 했다. 그런데 해당 병원의 시술 때문인지는 인과성 입증이 안되서 얘기해줄 수가 없다고만 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증상은 일반 병원에서는 잘 모르고 대학병원급의 병원에 가야지만 잘 알 수 있다고 했다. 검사 장비도 그렇고. 분당 서울대 병원이 이 증상을 잘 보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의사선생님이 이 병은 무조건 절대적인 침상안정을 취해야 낫는다고 했다. 심하게는 밥도 누워서 먹고 대소변도 누워서 해결해야 한다고....나을만 할 때 일어나서 활동하면 아물던 구멍이 다시 벌어져서 그런 것 같다. 좀 더 찾아보니 척수액이 흐르는 척수강이 기본적으로 음압이라서 천공이 생기면 아무는데 시간이 오래걸린다더라. 빨리 낫기 위해서는 베개도 베지 말고 최대한 평평한 자세로(천공이 뚤린 위치와 머리 사이의 높이차이가 없도록) 천장을 보고 애지간히 누워있어야 하고, 물, 이온음료, 카페인을 최대한 많이 마셔야 뇌척수액 생성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는 하루에 물을 3L가 조금 안되게 마셨었고, 카페인과 이온음료를 하루에 1잔은 꼭 마셨다. 카페인을 먹으면 신기하게도 잠시 동안은 두통이 사그라 들었다. 카페인이 뇌압을 높여주고 뇌척수액 생성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무튼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서 1주간 더 누워있었다....하...인생....결국 예정되었던 미국 학회 비행기 티켓도 다 취소하고 그 다음주 수업도 모두 불참하였다.(개빡치네...)

낫긴하는걸까...? 하...나 죽나? 27년 살고 죽나....개억울하네... 진짜 왠만한 독감, 코로나도 1주 정도면 완치는 되는데 이건 뭔...도무지 낫질 않으니....너무 우울해질 때마다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지크 예거를 생각했다. 지크 예거는 수많은 무지성 거인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척수액을 뽑아 사람들에게 주입했다. "그래! 그 지크 예거도 그렇게 많은 척수액을 뽑고도 살았잖아!! 나도 살 수 있을거야!! 다스케테구레!! 이키타이!!"(긍정회로를 돌리는 나)

(대충 2주 정도 더 누워서 개고생한 썰 어쩌구 저쩌구~~~~ 중략... 토탈 3주 누워있었네.....염병...)

지금은 다행히도 증상이 나아서 이렇게 앉아서 글을 쓸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런데 정말 낫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하루 종일 누워있는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베개도 베지 말고 최대한 평평한 자세로 천장을 보고 누워있어야 했다. 허리가 아플정도였다.

중간에 연구실 사람들이 병문안을 왔는데 연구실 형이 누워서 쓰라고 태블릿 거치대랑 마우스를 주고갔다. ㅋㅋㅋㅋ 리얼 폐인 생활이긴 한데 이걸 쓰니까 누워있는게 조금은 덜 우울했다. 넷플로 애니만 엄청 봤다. 사이버 펑크 봤었는데 재밌었다....

금요일엔 너무 우울해서 나름 불금을 즐기려고 넷플보면서 맛있는 빼빼로도 먹었다 ㅋㅋㅋ

조금씩 누워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ㅋㅋㅋ 이제 음료수도 마시고 막 그랬다. 나중엔 누워서 점점 생활을 잘하는 나를 보면서 웃겼닼 ㅋㅋㅋ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 것인가....(최대한 긍정 마인드로 버텨낸 나!!)

이거는 여자친구가 와서 돌봐주면서 해준 음식들이다 ㅜㅜ 개맛있었다....여자친구도 엄청 고생했다 병간호 하느라고 연차쓰고 광주까지 와서...집안일도 많이 도와주고 요리도 해준 덕분에 누워서 오래 있을 수 있어서 병이 더 빨리 나았던 것 같다.

2주 정도 지나고 이제 밥먹거나 가까운 거리를 걷는 정도는 괜찮은 것 같아서 출근을 해보기로 했다. 한 두어시간 지났나? 갑자기 두통 다시 찾아옴...하...슈발...결국 울상으로 다시 집으로 와서 1주를 더 쉬게 되었다. 다행히 지금은 다 나았지만...

절대 절대 디스크 주사 함부로 맞지 않길 바란다. 부작용이 있고 신경부근에 주사바늘이 들어오는거라 사실 매우 위험한 주사이다. 정선근 교수님의 백년허리 책 사서 읽고 있다....척추 위생 신경쓰고 최대한 자력으로 회복하도록 해봐야겠다. 다음 생에 의사로 태어나서 그 의사한테 디스크 주사 놔줄거다.

세줄요약

1. 건강이 최고다.

2. 디스크 주사 함부로 맞지마라

3. 의료과실은 보상받기가 개힘드니 병원은 후기를 잘 알아보고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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