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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평] 마지막 강의 - 랜디 포시

땅어 2020. 8. 3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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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고나서야 이해가 되는 것들이 있다. 이 책 또한 그랬다.

고등학교 시절 영어 선생님께서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 영상을 수업시간에 틀어주셨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께선 매우 좋은 말들이 많다고 하셨는데 당시의 나로서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시간이 지난 지금 그 내용 조차 기억이 안나지만 그 당시에도 역시 기억에 남을 만한 내용이 없었던 것 같다. 우연히 집에 갔을 때, 마지막 강의 책이 있길래 집어 읽어보았는데 이제는 왜 이 책이 아직까지도 좋은 평가를 받는지, 그 당시 영어 선생님께서 왜 그 영상을 틀어주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랜디 포시는 카네기멜론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치열하게 살아오며 종신 교수의 자리까지 올랐으나 췌장암 진단을 받고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그는 '교육'을 업으로 삼았던 교수로서 '강의'로서 자신의 삶을 기록해두는 것이 가장 자신에게 걸맞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였다.(다른 한편으로는, 아버지를 잃게 될 어린 자식들에게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훗날 해주고 싶어서라고도 했다.) 비록,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그는 '마지막 강의'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준비하였고, 책으로까지 편찬되어 지금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죽음이란 것은 매우 추상적이고 그저 멀게만 느껴지기에 그에 대해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단순한 사실은 우리 모두가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이다.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저자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부분은 '죽음'에 대한 것이 아닌 '삶'에 대한 것이다. 그 글을 보는 순간 죽음을 대하는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된 것 같았다. 모두가 언젠가 죽는다는 것이 변치 않는 사실인 것처럼, 우리 모두는 적어도 그 때까지는 어떻게든 살게 된다. 아마도 이를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죽음이라는 먼 사실보다도 삶이라는 가까운 사실을 직시하며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 좀 더 신경을 쓰고 감사한 마음을 느끼며 삶을 마무리하자는 메시지일 것이다.

책에서 나온 몇가지 기억에 남는 것들과 읽으면서 떠올랐던 나의 생각들에 대해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도서는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구매 가능하다.

강의(영한 대역)(The Last Lecture), 살림

 

 

엔지니어링이란


랜디는 컴퓨터과학자이다. 즉, 엔지니어다. 책에서는 엔지니어링에 대한 그의 철학을 드러내는 말이 등장한다. 그는 엔지니어링이란 본래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한의 성능을 이끌어내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글을 읽고 엔지니어링에 대한 그의 깊은 이해를 알 수 있었다. 연구실에서나 실무에서나 개발을 하는 엔지니어로서 나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할 정도로 마음에 와닿는 말이었다.

그가 이 말을 자신의 죽기 전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마지막 강의'라는 책에서 언급한 것이 조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였지만, 그렇지 않았다. 사실 우리의 삶 또한 그러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각자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자원으로 살아가며 노력하니까.

랜디가 처음 암에 대한 결과를 듣고 무너지고 좌절하였지만 이내 긍정적인 태도로 남은 시간을 살아가자고 마음을 먹은 것역시도 이러한 철학과 같다. 고통은 필연적이지만 괴로워하는 것은 선택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는 그에게 주어진 정말 최소한의 시간들로 최대한의 성능(괴로워하지 않고 행복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것)을 내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죽음을 앞 둔 순간


죽음을 앞둔 순간엔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하는 의문을 나는 종종 품곤 했다. 책을 읽어보면 랜디는 아주 어릴 적 있었던 작은 일화까지도 자세히 기억하고 서술한 것을 볼 수 있다. 읽는 내내 어떻게 이렇게 세세하게까지 기억하는게 가능한지 궁금증이 생겼다.

아주 오래 전 일이지만, 이유도 모르지만, 기억에 남아 있는 일들이 몇 가지 있다. 그러한 것을 보면 죽음의 순간에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는 말을 정말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기억이 정말 일순간에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금 떠오르고 되새기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그 역시도 사소했던 일들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며 주변의 것들에 대해 다시금 감사함을 갖게 하려는 창조주의 의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당신은 그저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


랜디가 브라운 대학의 졸업을 앞둔 시점에 그는 그의 능력을 믿어주던 지도교수의 권유를 따라 카네기멜론 대학원으로의 진학을 꿈꾸었다. 카네기멜론 대학의 연구실의 교수는 그의 지도교수의 동창이었고, 지도교수는 그에게 너의 능력이라면 반드시 합격할 것이라며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하지만 결과는 낙방이었고, 그는 교수에게 자신의 예상대로 카네기멜론 대학원 합격은 자신에게 너무 터무니 없는 일이었다고 늘어놓며 좌절한다. 랜디는 말렸지만 지도교수는 자신이 잠시 통화를 해보겠다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랜디는 면담 기회를 얻게 된다. 지도교수가 준 소중한 면담 기회를 통해 랜디는 결국 합격하게 되었고, 졸업 후 카네기멜론 대학에서의 교수로서 종신 재직권까지 얻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 랜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그저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생각보다 많은 경우에 우리는 그저 물어보기만 하면 긍정적인 대답을 얻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일상생활에서도 이러한 경우가 많았기에 더욱 공감이 갔던 것 같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향해 좀 더 능동적으로 행동한다면 기회를 얻기가 좀 더 쉬워질 것이다.

 

삶이란 덧없는 것


죽음의 순간에 되돌아보면 삶은 마치 긴 꿈을 꾼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죽음을 앞두고 랜디가 해왔던 일들을 보며 그 말이 맞다는 것을 느꼈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앞두고 랜디가 그토록 하고싶었던 일은 그저 아내와, 아이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때론 무너지기도 하면서도, 가족들과의 시간을 지키기 위해 애쓴느 그를 보며 상투적인 말이지만, 삶이란 참 덧없고 인생에 있어 행복이란 것이 결코 사소하지 않다는 말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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