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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개발자
[감상평] 자신있게 결정하라 - 칩 히스, 댄 히스 본문
최근 개인적인 진로 문제로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날들이 반복되었다. 이랬던 적이 없던 것은 아니다. 일을 하기 시작하면 진로 고민은 없어질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일을 하면서 오히려 더 심해진 앞날에 대한 고민으로 보기 좋게 빗나가버렸다.^^ 고민에 빠진 사람의 생활패턴은 마치 정해진 수순이 있는 것 같다. 계속된 고민은 불안을 데려오고, 선택에 대한 압박감은 초조함을 데리고 왔다. 잠 들지 못하는 밤이 더 잦아졌고, 계속된 수면부족과 스트레스로 오히려 깨어있는 시간에 우울한 감정은 배가 되었다. 제대로 선택을 하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지자, 나는 점차 일상생활에서의 작은 것들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게 되었다. 가령, 무엇을 먹을지와 같은 것도 말이다.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선택을 하지 못하는 순간이 지속되는 것은 자기효능감을 많이 떨어지게 만드는 것 같다.
어찌보면 그때의 나는 내 주변의 친구들보다는 조금 더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앞날을 걱정하는" 백신을 조금 더 빨리 맞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그때만큼 고민의 시기가 길어지지 않았고, 그때만큼 힘든 나날을 보내지는 않았다. 내가 진로에 대한 깊은 동굴 속에서 나와 깨닫게 된 것은 결국 이는 "결정의 문제"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선택을 조금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에서 말하는 것은 간단하다. "결정을 잘 하는 방법"이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선택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이유는 선택을 하는 행위는 순간이지만 그에 대한 영향을 앞으로 계속 받게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역행자의 저자인 자청 역시도 인생은 "의사결정의 총합"이라고 하였다. 그만큼 우리는 인생이라는 시간 속에서 크고 작은 여러 결정들을 반복하며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인간은 순간의 감정에 의해서 결정을 내려버리는 경우도 많고, 때로는 모종의 데드라인에 맞추어 촉박한 상태에서 그냥 결정해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이러한 "결정의 프로세스"를 좀 더 잘 하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해 저자는 소개한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소개한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따라 나의 경우에 적용시켜가며 종이에 내 생각을 써내려갔다. 그러자 모호했던 생각들이 조금은 정리가 되었고, 체계적인 프로세스에 따라 결정을 했다는 생각에 그냥 결정을 내릴 때보다 결정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었다. 저자가 설명한 내용 중 내가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아래에 현명한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1. 선택안 넓히기(Widen options)
의사결정에선 선택안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선택안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곤 한다. 예컨대, 본인이 CEO이고 사내 CS(Customer Service)팀에 A라는 직원이 있다고 해보자. 해당 직원은 정해진 일을 기한에 맞춰서 하거나 복잡한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은 굉장히 잘한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약해서 동료들이나 고객과의 관계에선 트러블이 많다. 당신이라면 이 직원을 어떻게 하겠는가? 이에 대한 답은 대부분 안타깝지만 해당 팀에서 근무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서 해고를 한다 혹은 다른 일을 잘하니까 조금 더 데리고 있으면서 살펴본다로 나뉘곤 한다.
하지만 선택안이 정말 그 둘 뿐일까?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약하지만 착실히 일을 하는 직원이고, 게다가 기한을 잘 맞추고 복잡한 자료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와 보고서를 작성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해고할지 말지를 두고 고민하기보단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총무팀과 같은 곳에 배치하는 것은 어떨까?
이처럼 우리는 고민을 하는 상황에서 시야가 좁아져 다른 대안들을 검토하지 못하고 그 당시에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두 가지 중에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경계해야할 것으로는 "A를 할지 말지"와 같은 가부결정으로 사항을 고정시켜버리는 것이다. 이는 A에 대해서만, 그리고 그것을 할지 말지에 대해서만으로 선택의 범위와 시야를 제한시킨다고 한다. 보다 나은 선택안 탐색을 위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해볼 것을 추천한다.
1. A를 할 시간과 노력으로 다른 것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기회비용 생각해보기)
2. 고민 중인 A와 B를 모두 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제한적인 상황에서 창의적인 대안 모색)
3. A와 B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생각보다 같이 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둘 중 한 가지만을 선택하려고 한다.)
2. 확증편향에서 벗어나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고민에 대해서는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하지만, 친구나 후배에게 조언을 해줄 때를 떠올려보면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책을 제시해주곤 한다. 이는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가능성과 변수들을 고려하며 정작 가장 중요한 것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타인의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의 일만큼 많은 것들을 고려하지 않다보니 오히려 "가장 중요한 부분"에 집중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역이용하여 저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해보길 권한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라면 나는 무슨 조언을 했을까?"
"내가 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나의 후임자가 들어온다면 어떤 결정을 했을까?"
3. 거리감 두기
서두에 언급했 듯이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에 선택의 순간에 감정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물론, 감정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때때로 순간의 감정은 단기적인 선택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을 두고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감정에 휘둘려 결정을 내리는 것은 그리 좋지 않다.
저자는 결정과 자신을 분리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결정을 내리고나서 10분 후, 10개월 후, 10년 후 어떤 감정일까?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책에서 나온 예시를 소개한다. A는 현재 사귀고 있는 B에게 결혼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A는 결혼을 원하고 있지만 B는 어째서인지 한 동안 결혼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진전이 없었다. B는 이미 이혼을 하여 아이가 있는 상황이었고 그래서인지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느끼고 있는 듯하다. A는 자신도 점차 나이를 먹어가는데 언제까지나 사귀는 사이로 남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혼에 대한 얘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아 고민을 하고 있다. 이 때 A가 B에게 결혼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기로 결정을 했다고 해보자. 만약 본인이 A라면 10분 후, 10개월 후, 10년 후 해당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를 써보는 것이다.
10분 후 : 괜히 이야기를 꺼냈나...? 그냥 지금처럼 서로 행복하면 된 것을. 그대로 사귀는 사이를 유지할 걸...
10개월 후 : 만약 그 때의 결정을 통해 B도 용기를 내어 결혼을 하게 되었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고, 반대의 경우라면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꺼내 B가 결혼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기에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10년 후 : B와 헤어졌다면 10년 전의 결정에 대해선 크게 생각하지 않으며(어쩌면 잊거나) 이미 다른 사람과 잘 살고 있을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B와 결혼해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나누어 생각해보면 어느 모로 보나 A는 자신의 입장에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B에게 꺼내보는 것이 이득이다. 이 같은 방식은 결정에 대해 깊게 매몰되어 감정에 휘둘리는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10개월 후, 10년 후에 어떻게 생각할까를 적어보면 우리는 선택에 대해 자연스레 거리감을 두고 한 발 떨어져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4. 실패에 대비하라
결정을 하였다면 실패의 비용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선 인계철선을 설정해야 한다. 책에서는 다른 말로 북엔드(Bookend)라고도 한다. 책꽂이에 책을 세워둘 때 책이 무너지지 않게 양쪽 끝을 지지해주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한 쪽 끝이 아닌 양쪽 끝이다.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사실은, 성공과 실패가 시간의 수평선 상에 하나의 점으로 나타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의 순간은 범위(range)로 나타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사업을 예로 들면 하루 아침에 성공하기 보단 조금씩 고객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다가 폭발적으로 늘고, 판매지역이 확장되어 사업의 규모가 커진다. 실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 순간 실패한다기보다는 점차 사용하는 고객의 수가 줄어들고(초반에는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작은 규모로) 이것이 쌓이고 쌓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제품과 유사하지만 단점을 개선한 더 나은 제품이 출시되어 시장에서 밀리게 된다. 이처럼 성공과 실패는 하나의 점이 아니라 일정 range로 나타난다.
이러한 range 안에서 우리는 각자가 설정한 기준에 따라 지금 성공의 range에 들어가 있는 것인지, 실패의 range안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인지를 판단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 어느 정도의 성과가 있을 때 성공으로 간주하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지, 어느 정도의 손실이 있어야 결정을 철회하고 다른 대안을 모색할지를 정해두어야 한다. 새로운 사업을 하려고 한다면, 초기 예산 얼마 정도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할지를 정해야 한다.
만약 1000만원을 초기비용으로 잡았는데 500만원을 사용한 상태에서 고객이 1명도 없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런 경우 아직 1000만원에서 500만원이 남았기 때문에 조금 더 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북엔드를 정해두지 않은 상황에선 아직까지도 고객이 없다는 사실에 초조해지기 쉽다. 성공의 경우에도 적절한 인계철선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경우에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성공을 거두기도 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Netflix)는 처음에 우편물로 DVD를 대여해주는 서비스로 시작하였다. 이로부터 점차 점차 시장 지표를 보고 조금씩 사업방향을 수정하여 현재의 모습에 이른 것이다. 성공과 실패에는 운이라는 요소가 많이 작용하지만, 이 또한 기회를 잡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이런 기회를 적절한 때에 잘 잡기 위해서는 자신이 현재 성공하는 range에 들어와있는 상태인지에 대한 나름의 평가기준을 세워두고 이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그저 뻔한 이야기만을 서술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을 잘 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세세하게 소개해주는 책이다. 책에는 각 챕터에 대한 많은 예시들이 나온다. 이를 보고 자신의 상황에 적용시켜보며 읽으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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