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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평]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땅어 2020. 10. 2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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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전에 읽었던 책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시 읽혀지는 거에 재미를 붙인 것 같다. 잘 이해되지 않았던 것들이나 공감하지 못했던 것들이 새롭게 읽히는 게 신기하다.(나이를 먹은 걸 수도...) 무튼, 이 책도 그렇게 읽게 되었다. 지난 번 읽었던 마지막 강의도 그렇고.

말하자면, 그냥 한 노인이 먼 바다로 나가 표류하며 자신보다 덩치가 큰 청새치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의 연속인 책이다. 중학교 때에 읽었던 것 같은데, 그 땐 그저 단순한 내용의 반복적인 서술이 재미 없다고 느껴졌었나보다. 본래 고전이라 하면 시대에 따라 새롭게 읽히는 작품들이라 하는데 이게 그냥 개인에게도 적용되는 말인 것 같다.

 

주인공 산티아고를 보면서 "노인이 되어서도 더 이상 꿈이라는게 존재할까?"라는 생각을 했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열심히 달리고 무언가 목표로 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하는 노력을 나는 왜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 정도로만 생각했던 걸까? 산티아고는 젊은 날 거대한 어선을 타고 선원으로 지내며 잡았던 커다란 물고기들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이가 들어 노쇄하였어도 여전히 자신이 그런 커다란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산티아고는 마을 사람들에게 그다지 존경받는 인물은 아닌 것으로 묘사된다. 작품에서도 술집에서 사람들이 그의 무모한 행동에 대해 수군거리며 좋지 않은 말들을 자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산티아고가 자신보다 거대한 청새치를 잡기 위해 더욱 고군분투했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보이며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낮추어보는 시선에 대한 저항으로서 말이다. 어쩌면 인간이란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입증하고자 하는 존재가 아닐까? 그것은 나이가 들어서도 마찬가지이고, 그저 우리가 인간이기에 자신이 아직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그러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자 분투하는 것 같다.

작품의 전반적인 내용은 사실 별게 없다. 산티아고가 청새치를 잡기 위해 이리저리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시간에 따라 서술한다. 하지만 그러한 태도가 주는 교훈이 반드시 있다고 본다. 우리 인생은 어쩔 때 보면 그저 덧없고, 아무런 의미 없이 지나가는 것 같기도 하다. 특별한 날은 매 순간 반복되는 것이 아니고, 그저그런 날들 속에서 나의 의무와 하루하루 힘겹게 싸워가는 날들이 더 많다. 하지만 산티아고의 태도를 보면 바로 그러한 하루하루를 묵묵히 버텨내며 살아가는 것이 비로소 삶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작품에 등장한 그의 대사 중 "인간은 절대로 실패하게 창조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삶을 대하는 산티아고의 태도를 정말 잘 보여주는 대사이다.

마지막 부분에선 이러한 산티아고의 태도를 마놀린이 잘 배웠다는 것을 시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이 돌아오는 과정에서 힘겹게 잡은 청새치가 상어떼의 습격을 받아 여기저기 뜯겨 결국 머리만 남게 되었다. 노인은 마놀린에게 자신이 실패했다고 하지만 마놀린은 적어도 '그 일'에 대해서만큼은 절대로 실패하지 않았다고 말해준다. 분명, 산티아고는 자신이 목표한대로 아주 커다란 청새치를 잡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파멸할지언정, 실패하도록 창조된 존재가 아닌" 것이다. 전반적인 측면에서 작품이 주는 교훈은 물질적인 '파멸'보다 정신적인 '승리'에 우위를 두며, 이러한 승리의 기준을 자신의 내부에 두는 산티아고의 태도가 아닐까?

주인공이 청새치를 잡는 방법도 참으로 독특했다. 청새치를 사냥하고 정복할 대상이라기보단 그저 동반자와 같이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주며 느긋하게 기다린다. 모터보트를 타고 고기잡이를 하거나 거대한 그물을 사용해 어업을 하는 젊은 어부들과는 달랐다. 그는 그저 청새치가 지치기를 기다리며 때론 대화도 하고, 청새치의 입장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산티아고에게 청새치는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이다. 이러한 목표를 대하는 태도로 투영시켜 볼 때, 그는 조금도 조급해하지 않았고, 차분히 기다릴 줄 알았다. 또한 청새치를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아래에 두고, 전투적이며 잔인한 방법을 사용해 쟁취하기 보단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두고, 존중하며 소중히 여길 줄 아는 태도였다.

 

작품 외적으로 보았을 때, 승승장구하며 달리다 약 10여년 동안 문학적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던 헤밍웨이의 문학적 성공에 대한 집념과 집착이 투영되어 이와 같은 작품을 탄생시킨 것 같다. 아니라고 해도 글이라는 것이 본래 창작물이기에, 작품엔 필연적으로 작가의 삶과 생각이 담기게 되니 말이다.

 

아래에 도서 구매 링크를 첨부한다.

노인과 바다,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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